documentary 3days
70년 만의 '가갸거겨' - 수양마을 할머니 한글학교 (1x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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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보리가 봄바람에 넘실대는 전남 강진의 수양마을. 이곳 마을회관은 일주일에 두 번씩 학교가 된다.
65세부터 78세까지 학생 20명. 2009년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니들을 위해 강진 농민회가 강진군청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연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 학생들이다.
일반적인 한글학교는 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학교는 동네로 직접 찾아와 밭 매던 할머니가 호미를 던져놓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
선생님 7명 모두 농사짓는 농민으로, 24개의 마을을 돌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과목은 한글, 산수, 음악으로 모두 시골 실정과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춰 자체 제작된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한글학교에서 '가갸거겨'를 배우고 난생 처음 자신의 이름을 쓰게 된 오영례(76) 할머니. 초등학교 문턱도 못 넘어본 할머니는 8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문맹의 막막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한글학교를 다니며 주경야독해 전화번호부를 찾아 이웃집에 전화를 걸고, 55년 전에 발급받은 주민등록증도 읽을 수 있게 됐다.
우등생 김영자(77) 할머니는 학교를 다닌 기억이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가 전부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한글학교를 다니기 전까지 종종 자면서 학교를 다니는 꿈을 꿔온 할머니는 지금은 학교를 다닌다는 기쁨에 똑같은 숙제를 두 번씩 할 만큼 애정이 넘친다.